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빠진 지 어느덧 만 2년이 성큼 다가왔다. KF94 마스크가 답답했던 것도 옛일. 이제 어떤 장소에 방문할 때면 체온을 측정하고 QR코드를 찍거나 방문자 명단에 신상을 기록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이는 응급의료체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급차로 환자를 응급실에 이송할 때도 반드시 체온을 측정하며 호흡기 증상까지 파악한다. 그런데 이때 응급 환자에게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울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인 소방공무원이다. 최근 20대 여성 환자를 한 시간이 걸리는 부산에 소재한 대학교병원까지 이송한 적이 있다. 그녀의 주 증상은 다름 아닌 고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반적으로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격리실에서 진료받게 된다. 문제는 울산 내에 격리실 병상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 40도가 넘는 고열로 병원 진료가 필요하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격리실 자리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던지, 타지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던지. 그렇게 ‘가깝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하는 구급차가 열이 펄펄 끓는 환자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처럼 응급의료체계에서 119구급대가 격리실을 찾아 나서는 일은 팬데믹 사태로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다. 환자에게 코로나19의 의심 증상이 있다면 각 병원에 전화를 돌려 격리실의 빈 병상을 찾아야 한다. 자리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도움을 청하는데 이마저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 꽉 찬 격리실을 도깨비방망이 뚝딱 하듯 내놓을 수는 없는 법. 병원으로서도 코로나19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하면 응급실을 폐쇄해야 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번은 임종 직전인 환자에게 하필 발열이 있었다.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 환자를 구급차에 급히 태우고 일단 병원으로 출발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긴급 상황임에도 병원 두 곳이 격리실 문제로 거절했다. 구급차는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며 목적지를 계속 바꿔야 했다. 세 번째로 전화한 곳도 격리실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환자에게 열이 나는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CPR 직전입니다.”
“잠깐만요. 저희가 지금 격리실 자리가 없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시면 안 될까요?”
“가까운 병원 모두 마찬가지라는데, 지금 ○○병원 도착 2분 전입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무조건 받을 수는 없잖아요.”
“무조건 받아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임종 직전이라 일단 출발부터 한 거고, 되는지 안 되는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안 되면 저희는 빨리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합니다.”
응급실 의사는 고심 끝에 결국 오라고 했다. 격리실에 빈 병상이 없어 환자는 바로 일반 응급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환자를 받으며 필자에게 말했다.
“아까는 환자를 받기 싫어서가 아니라, 절차대로 하지 않았을 때 책임이 전부 저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이젠 코로나 검사가 음성이 나오길 빌어야죠, 뭐.”
이런 상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이미 과부하 된 시스템은 현실을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응급실은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를 격리하고 검사를 시행한다. 폐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인 것까지 확인하는 데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 격리실 순환이 어려우니 119구급대는 환자를 이송하기가 힘들어진다. 119 종합상황실에서도 타 시도에 있는 병원까지 전화를 돌려가며 골머리를 썩인다. 그동안 환자는 신음하며 구급차 안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강기윤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2,959명의 발열 환자가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증상자를 이송한 구급차는 소독 조치 이후 약 한 시간가량 환기해야 한다. 이 또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함이다. 물론 그동안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구급차는 출동할 수 없다. 대신 다른 구급차가 더 먼 곳에서 와야 하니 골든 타임은 깨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고 있다. 거기다 요즘 전국 예방접종센터에 구급 차량과 구급대원 3인을 항시 배치하고 있어 공백은 더욱 심화되었다. 예방접종센터는 코로나19 핵산 백신(mRNA)을 보관, 관리, 접종하는 대규모 접종기관이다. 백신 부작용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구급대를 편성해 운영 중이다. 해당 응급의료자원도 다른 구급 출동에 운용할 수 없다.
팬데믹 이후, 모두가 여러모로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렵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무엇보다 심각하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119와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운영 중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옛말일지 모르겠다. 사람을 살리기에 사활을 걸기도 힘든 세상이다.
한국간호사작가협회 정회원
前 동강병원 응급실, 뇌혈관센터 간호사
前 따사랑요양병원 간호사
現 울산남부소방서 구급대원
저서 「소방공무원을 간직하다」 드림널스(2021)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