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 쯤인 것 갔습니다. 신문에서 우연히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읽게 되었는데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개인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사정과 평가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전문적인 직업이었습니다.
그 후로 “나도 해보고 싶다”, “나하고 잘 맞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익숙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고 당장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워야 하는 현실 속에서 나하고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돼 사회복지사라는 꿈은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53세, 흔히 말하는 갱년기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던 마음이 자신에게 집중되면서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가! 나도 공부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운영하던 수선가게를 접고 학교를 가야하나!… 지금 놓치면 내 평생 공부는 못 할 것 같은데.”
아이들 뒷바라지가 아직 끝나지 않아 나한테는 항상 공부할 기회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루룩 흐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기도를 다녀오면서 “나도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넋두리처럼 말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 “해보기나 했나?“라는 질문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렇지 내가 해보지도 않고, 그럼 내 형편에 맞는 공부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온라인으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도 배워본 적이 없으니 서툴었지만 참 재미나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남들은 보험처럼 들어 두는 것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라지만 저에게는 만학에 나이에 이루어낸 큰 성취였습니다.
그러던 중 친정 어머님께서 노환으로 시설급여를 이용해 요양병원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침대에 한 번 올라가시더니 돌아가실 때까지 내려오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면회라도 한 번씩 가면 죽는 날만 기다리는 듯 희망을 잃은 요양병원 환자들의 모습에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분들의 희망이 뭘까? 아니 내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분들이 죽음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으로 존엄있는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오랜 시간 고민을 한 끝에 노인복지 쪽을 선택했고 지금의 약속사회복지재가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분들을 만나봤지만 처음 저희 센터를 찾아주신 노랑옷 어르신이 기억에 남습니다.
노랑 옷을 좋아하는 그분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19년 12월, 센터를 오픈하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노랑옷 어르신 아드님께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한데 신청서를 접수해 달라는 의뢰를 했습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렇게 상담이 들어오는구나!”
신기하고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감사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복지분야는 자격증이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모르는 생경한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그저 막연한 인생 후반전의 도전이라고나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겁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갔습니다.
그런데 노랑 옷 어르신 아드님께서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노랑옷 어르신을 뵈니 마음이 너무 아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드님이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노랑옷 어르신께서는 “식구 없이는 못 살아“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울곤 하셨습니다.
91세 어머니와 64세 아들 두 분이 의지하고 사시는데 어르신만 남겨지면 어쩌나 그 집 걱정에 잠이 오질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들의 아픈 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 지 누구든 찾아가면 “이거 먹어 커피줄까? 벌써 가는겨? 내일 또와?“ 하고 말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피곤해 하품이라도 하면 베게를 내주시며 이리 누워 하시던 분이십니다. 예쁜 치매라고 하나 늘 긍정적이시고 예쁜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귀도 안 들리시고 상황 파악도 잘 안되는 어르신이셨는데 배변 실수를 하셨습니다. 노랑옷 어르신의 아드님께 어머니의 등급신청을 해보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께서 요사이 저 때문에 그런지 실수를 자주하시네요. 어머님 때문이라도 저가 빨리 나아야겠는데하고 걱정하는 아들분에게 저는 그저 기도하겠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들도 아픈데 아유 저 노인 빨리 돌아가셔야 할텐데 하겠지만 그 아들에게 있어서 어머님은 버팀목이고 아들에게 있어서 어머님은 건강하게 살아내야 하는 이유인 것 갔습니다. 노랑옷 어르신 가족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 그 집 아들이 아프니까 힘들어서 안 하려고 했는데 할머님께서 계속 고맙다고 그러시니 고만둘 수가 없네… 이젠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도와야지 어떻게 하겠어” 라고 말하는 가족같은 요양보호사 선생님.
서비스는 받는 쪽과 하는 쪽이 있습니다. 받는 쪽은 부리는 자세가 아닌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서비스를 하는 쪽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대할 때 아이가 나보다 연약하지만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돕듯이 섬기는 자세로 서비스한다면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회복지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서비스 받는 쪽과 서비스를 하는 양쪽이 서로 존중할 때 비로소 질 좋은 사회복지서비스가 되리라 믿습니다.
센터장 : 박매자 사회복지사
주 소 : 서울시 구로구 고척로 27길 1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