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흔히 단정한 유니폼과 머리를 묶은 임상 간호사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그려지곤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만나고, 또 직접적인 케어를 받는 대표적인 간호사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는 임상 간호사 외에도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며 환자를 위해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보험심사간호사도 그들 중 하나다.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심사간호사를 직접 만날 일은 없지만 진료받으면서 발생한 의료비를 적절하게 지불하고 갈 수 있도록 검토하고 확인하는 일을 하므로 심사간호사 역시 환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직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비는 어떻게 산정될까? 일차적으로 환자에게 처방을 내는 주체는 의사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면서 임상 증상을 토대로 진료비가 급여 적용이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 판단하여 처방한다. 그 판단의 기준은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진료비용에 대한 급여기준은 수시로 신설되고 개정되기에 의료진이 진료업무를 병행하면서 보건복지부의 모든 개정내용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요양기관은 ‘보험심사팀’ 혹은 ‘적정진료팀’이라는 부서 아래 자격을 갖춘 보험심사간호사들을 배치해 더 효율적으로 진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통, 병원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보험심사팀의 규모 또한 커지게 된다. 환자의 수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사례의 외래 및 입원 진료 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사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신설되고 개정되는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면서 실시간으로 진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진료료, 간호료, 행위료, 치료재료비 등 병원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비용에, 개정된 내용을 적용하여 새로운 수가를 만들고 의료진에게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며 오류가 발생한 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환자 본인부담금 외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아야 할 공단부담금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고, 삭감으로 조정된 금액에 대하여 진료과와 함께 이의신청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진료비 및 급여기준과 관련된 각종 문의 사항에 답변하며 환자의 진료비 유형과 민원 업무에도 관여한다.
가령, 퇴원하는 환자가 희귀, 중증난치, 결핵 등 국가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 진료비를 일부 감면해주는 제도인 산정특례 관련으로 추정되는 진료를 보았는데 진료비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심사간호사는 의무기록을 근거로 환자의 담당 교수님 혹은 주치의와 산정특례 유형 적용에 대해 상의해볼 수 있다. 만약, 산정특례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고 진료 의사가 판단하였다면 특례 유형 적용을 통해 환자는 본래 발생했던 진료비보다 적은 금액을 본인부담금으로 계산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보험심사간호사는 환자 개개인의 진료 내역과 상황을 고려하여, 더 정확한 진료비가 산정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있다.
만약 통원 후 발생한 의료비 중에서 어떤 항목이 급여 적용받았고 비급여로 계산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원무팀에 급여/비급여 진료비 세부 내역서 발행을 요청하면 된다. 일반 영수증에는 항목별 총금액만 찍혀 있어서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지만 진료비 세부 내역서에는 사용된 금액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비급여 사용내역에 이의가 있을 경우 환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서 비급여 진료비 확인 신청도 가능하다.
환자에게는 적절한 치료만큼, 진료비 또한 중요하다. 병원이라는 곳은 예기치 못하게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지출은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병원 진료비의 정확한 산정은 병원과 환자 상호 간 신뢰의 문제이다. 심사간호사들은 국가의 제도와 법률을 토대로, 병원의 모든 직원과 함께 정확한 의료비 산출을 위해 늘 환자와 병원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前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임상간호사
現 대학병원 보험심사간호사
저서 「보험심사간호사를 간직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