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혈액이 부족하여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뉴스를 보거나 긴급 재난 문자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 학생, 의료인 등 모든 분야의 국민이 힘든 상황임은 알려져 있지만, 혈액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둘의 관계를 알기 전에 헌혈과 코로나19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정의한 헌혈이란, ‘혈액의 성분 중 한 가지 이상이 부족하여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다른 사람을 위해, 건강한 사람이 자유의사에 따라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확산한 호흡기 감염 질병이다. 주로 침방울(비말)에 의해 전파되며 14일 이내의 잠복기를 거쳐 호흡기 증상을 포함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코로나19 때문에 혈액이 부족하다고 하니 수혈이 주된 치료 방법 중 하나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혈액이 부족한 이유는 학생들의 등교 중지,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증가, 군부대 출입 제한 등으로 인한 단체 헌혈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방역 등으로 인한 개인 헌혈 감소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각 병원에서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미뤘던 수술을 점차 재개하면서 혈액 사용량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혈액수급위기단계는 4단계로 구분된다. 혈액 수급이 부족하여 혈액 보유량이 5일분 미만인 경우 ‘관심’ 단계, 3일분 미만인 경우 ‘주의’ 단계, 2일분 미만인 경우 ‘경계’ 단계, 1일분 미만인 경우 ‘심각’ 단계이다. 헌혈 감소와 수혈 증가라는 두 개의 악영향이 겹치며, 작년 5월에는 혈액 보유량이 총 3일분 미만인 ‘주의’ 단계까지 진입했다. 그때 보건복지부에서 첫 번째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비슷한 상황이 같은 해 8월에 반복됐고 문자는 한 번 더 발송됐다. 다행히 그 문자들은 효과가 있었다. 며칠 만에 혈액 보유량이 5일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한 여러 단체에서 헌혈하고 싶다는 요청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상황은 임기응변식의 결과일 뿐, 혈액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또한 출산율 감소, 고령화 사회로 인한 헌혈 인구 감소, 수혈 인구 증가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혈액 부족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공공장소 방문을 삼가야 한다. 거기엔 헌혈의 집과 헌혈 버스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상황이 길어지면 혈액이 부족해진다. 양쪽 모두 충분히 이해되지만 난감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누구나 안심하고 헌혈할 수 있도록 현장을 안전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모든 해외여행자는 입국 후 1개월 동안 헌혈 금지, 헌혈 현장 소독, 모든 헌혈자 체온 측정, 채혈 관련 물품은 일회용품 사용, 헌혈 후 특이 증상 발생 시 혈액원으로 알리도록 안내 등을 실시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더욱 강화된 문진 실시, 추가 소독 실시, 헌혈 현장 모든 이용자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철저 등에 힘쓰고 있다.
이쯤이면 한 가지 궁금증이 더 뒤따를 것이다. 과연 혈액을 받는 환자는 안전할까?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호흡기 바이러스는 혈액으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역시 수혈로 전파된 사례는 없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대한민국, 중국,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한 후 헌혈자에게 감염과 관련된 질문 사항을 추가하여 더욱 강화된 문진을 실시하고 있다. 헌혈자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혈액원 직원의 위생적인 업무만이 헌혈자와 수혈자 모두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혈액 보유량이 오르내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이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뜻의 ‘위드 코로나’ 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0%를 돌파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종류와 관계없이 7일간 헌혈이 금지된다. 혹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증상이 사라진 후 7일간 헌혈이 금지된다. 2회에 나누어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1회차 접종 7일 후부터 2회차 접종 전까지 헌혈이 가능하며, 2회차 접종 시 다시 7일 후에 헌혈이 가능하다. 백신을 맞은 사람도 기간만 잘 지키면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가까운 헌혈의 집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는 아직 혈액을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생명을 사고팔 수 없다는 윤리에 기반하여, 전 세계에서 돈을 대가로 하여 혈액을 사고파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자발적인 헌혈’만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또한 수혈용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적혈구는 35일, 혈소판은 5일(120시간) 안에 환자에게 주입돼야 한다. 그래서 일 년 내내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한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고 했던가. 코로나19 치료에 혈액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헌혈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어 헌혈 인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길 기대한다.
수혈이 필요한 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혈액을 수혈 받을 수 있도록 지난 60여년 동안 효율적인 혈액 안전 및 품질관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오고 있다.
간호사, 한국간호사작가협회 회원
前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ICU
前 청주의료원 신경외과 병동
現 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 간호팀
저서 「혈액원 간호사를 간직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