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을 봤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많은 시민이 보건소의 기능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시나요?” 나 역시도 아르바이트를 위해 보건증을 끊으러 간 적 외에는 보건소에 가본 적이 없었고 갈 일도 없었다. 보건소는 간호학과에 진학 후 지역사회 간호학을 통해 배웠던, 그리고 짧은 보건소 실습으로 알게 된 모습이 전부였기에 대다수 시민들이 ‘보건소’라는 단어조차도 친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1월 20일, 설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 유입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금방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던 이 바이러스는 무시무시한 전파력으로 보건소 감염병 관리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응체계를 재난방역 대책본부로 확대시켰다. 그리고 환자감시체계 강화 및 의심 사례 진단검사 등의 업무 지시로 비상근무가 발효되며 24시간 근무체제도 돌입했었다. 지금은 디지털 기반의 신속한 행정력과 체계적인 지침 아래 업무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만 해도 정확한 지침 없이 그때그때 내려오는 공문과 수시로 변경되는 지침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더 컸었다. ‘몇 달이면 종식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퍼졌으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5부제를 시행해서 일정에 맞춰 사야 할 만큼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건소 역시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전 국민과의 소통이 시작되면서 업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는 관광지 맛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듯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자주 돌아오는 선별진료소 근무엔 감염원과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공기도 통하지 않는 방호복과 숨쉬기도 어려운 N95 마스크, 습기가 차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고글을 쓰고 검사자들을 만나야 했다. 확진자 또는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면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득 담긴 수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직원들은 그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감염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설명하지만 정확한 발생 장소와 상호 등을 알고 싶어 하는 시민들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릴 수 없어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자가격리자에게는 통지서와 격리 물품을 전달하고 격리기간 동안 매일 상태 체크를 하며 시민들의 건강을 관리했다.
그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힘썼던 2020년이 가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국민들은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준비하며 2021년을 맞이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접종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예방접종센터를 개소했고 수십 명의 봉사자와 직원들이 힘을 모아 접종에 힘썼다. 감염 위험성이 큰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시행하기 위해 대상자 선별부터 요양시설 방문 접종 등을 시행했으며 어르신들의 안전한 접종과 귀가를 위해 전세버스를 빌리면서까지 접종에 만전을 기했다. 또한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접종을 맞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민간 위탁의료기관을 선정했고 정확하고 안전한 접종을 위해 교육 및 관리를 실시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종 후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파악하고 증상에 대한 대처 방법 및 병원 안내, 피해보상 절차 등을 관리하며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은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 및 고위험군에 대한 추가접종을 진행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과 경제·사회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싸워온 온 국민의 노력과 희생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생계적인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 방역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과 공무원들, 그 외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국민들이 감염 예방 활동을 철저히 지속함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고 있고 코로나와 공존하는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게 됐다. 많은 것들이 일상을 되찾아가겠지만 우리는 분명 어떠한 감염병에 의해서든 일상이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음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물론 보건소의 필요성이 커지고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제2의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점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K방역’이라 불리며 외신으로부터 극찬 받았지만 일선에서는 소위 ‘공무원들, 의료진들 갈아 넣어 코로나를 막았다’고 얘기할 정도로 일손이 많이 부족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실질적인 공공보건의료의 확충과 체계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반드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의 안정된 삶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공무원들에게 많은 응원과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前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
現 여수시청 간호직 공무원
저서 「간호직 공무원을 간직하다」 드림널스(2021)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