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지러우면 백발백중 빈혈이라고 한다.
그러나 빈혈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피가 몸에 필요한 산소 운반능력이 감소된 상태를 의미한다. 어지럽다고 빈혈은 아니다.
사람에게 가장 흔한 빈혈은 피가 몸에서 조금씩 오래 흘러나와서 생기는 철 부족성 빈혈이다. 그러나 갑자기 피를 많이 흘리면 피의 양이 적어져서 빈혈이 되며 이런 경우에는 몸속에 충분히 철이 유지되고 있으면 철 부족 빈혈은 안 생긴다. 그 외에 유전성 빈혈도 있고, 적혈구가 저절로 잘 깨지는 용혈성 빈혈, 암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인하여 피를 골수에서 잘 만들지 못해서 생긴 빈혈, 혈중 헤모글로빈이 정상적인 작동을 안 해서 생기는 것도 있다.
필자는 주로 철 부족성 빈혈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젊은 여성에서 경한 빈혈이 있는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이것은 대체로 생리의 양이 많기 때문에 철분이 소실되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는 것이다. 젊은 여성 운동 선수 중에도 이런 빈혈이 있으며 오히려 생리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심하게 뛰거나 하는 운동을 하면 장내로 혈액이 미량씩 소실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십이지장에서 기생하는 십이지장충(Hook worm)이 피를 빨아 먹어서 빈혈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철 부족성 빈혈은 헤모글로빈(Hemoglobin; Hb를 기준으로 하여 10-11.9 g/dL 을 경한 빈혈이라고 하고, 8g/dl 이하는 심한 빈혈로 본다. 경한 빈혈은 본인은 아무 증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래서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도 “약간의 빈혈이 있으니 음식을 골고루 잘 드세요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서는 헤모글로빈이 10-13.5gm/dL을 경한 빈혈이라고 한다. 헌혈을 자주하는 분, 치질에서 출혈이 자주 있거나 코피를 자주 흘리는 등 어디에서든지 출혈이 조금씩이라도 자주 오랫동안 지속되면 젊은 여성에서처럼 철 부족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에 철은 약 3~5gm이 있으며 너무 적거나 너무 많아도 병이 된다. 몸의 있는 철의 반 정도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데 쓰인다. 우리 몸으로 흡수되는 철은 2gm의 철이므로 세상에 널려 있는 쇳가루를 먹는다고 철이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적혈구는 수명이 약 120일 정도이며 항상 부서지고 다시 새로운 것이 생기며 이때 나오는 철은 거의 80이상이 재활용되어 다시 피를 만드는 데 이용이 된다. 그렇지만 매일 조금씩 철의 보충이 필요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항상 음식에서 철을 보충하면서 살고 있다. 매일 섭취가 필요한 철분의 양은 자라나는 어린이, 사춘기 성장에 따라서 더 많아지며 임부에게는 물론 더 많이 필요하다.
완전히 채식만 하는 분에서는 철 부족 빈혈이 생기기 쉽다. 철분은 시금치 등 푸른 식물에 많다고 하지만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것이 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다.
철 부족이 빈혈까지는 일으키지 않았지만 몸속에는 이미 철이 부족한 상태도 있다.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핏속에 페리틴(Ferritin)이라고 하는 몸속의 철의 포화도를 검사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50-70μg/L이면 헤모글로빈이 정상이어도 철 부족이 있는 것이며, 이것이 30μg/L 이하이면 경한 빈혈이 생기거나 정상의 하한선을 보인다. 12μg/L 이하이면 확실한 철 부족성 빈혈이다.
철은 가장 중요한 작용이 핏속의 적혈구 속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에서 힘(Heme) 단백질을 형성하는 중요한 물질로서 이것이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게 하는 물질이다. 또 DNA 합성에 관여하며 세포의 성장을 돕기 때문에 철 부족이 있으면 적혈구가 작아지는 현상이 생긴다. 또, 뇌세포 등 모든 신체의 세포 활동에 영향을 주어서 어린이는 발육이 잘 안되며 인지 능력의 저하, 집중력 저하 등 뇌 기능의 장애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빈혈이 생기면 어지럽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은 빈혈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빈혈이 있으면 제일 먼저 생기는 증상이 피로감인데 이것은 철 부족의 증상이며 지극히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이때 모자라는 철을 보충하면 이 피로감이 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기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운동선수들이 빈혈이 생기면 운동의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빈혈이 점점 심해져서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이 감소되면 그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운동을 조금만 해도 숨이 차게 되며, 뇌에 빈혈이 생기므로 어지럽게 되고 두통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어지러운 것은 빈혈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나타난다.
여성의 갱년기 이후, 남성의 50세 이후 중년기부터는 피가 조금씩 새어 나가는 경우는 위장이 헐어서 피가 조금씩 새어나가는 위암, 대장암을 생각해야 한다. 즉, 이런 연령에서 원인 모르는 철 부족 빈혈이 생기는 경우에는 반드시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물론 위에서 출혈이 많이 되면 흑색변이 되고 대장에서 출혈이 되면 붉은 혈변을 볼 수 있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량의 혈액이 대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을 잠혈이라고 한다. 국가 암 검진에서 대변 검사를 하는 것도 이 잠혈 검사를 해서 대장암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철 부족성 빈혈의 정도를 알려면 아래 눈꺼풀을 까보아서 그 결막에 있는 혈관의 붉은 정도를 다른 정상 사람의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결막은 눈에도 있지만 눈꺼풀에도 있다.
그 외에 증상으로 혀의 돌기가 위축이 되고 빤빤하게 변하며 혀가 아프기도 한다. 입의 양 끝이 헐어서 아프기도 한다. 이전에는 입이 커지는 현상이라고 하였지만 입만 커지는 병은 없고 철 부족, 비타민 부족 등이 관여하는 증상이다.
특징적으로 손톱, 발톱 등이 부서지기 쉽고, 납작하게 된다. 이것을 스푼모양의 손톱(Spoon nail)이라고 한다.
또한 머리털이 부서지기 쉽고 잘 빠지며 어린이는 흙을 먹거나 얼음을 먹는 등 평소에 안 먹는 것을 먹는 현상이 생긴다. 이런 현상을 ‘Pica’라고 한다. 추위를 타며 입맛도 감소되고 어린이는 발육이 잘 안 된다.
생리를 하는 여성에서는 경한 빈혈이 있고 철 부족이 있으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남녀를 막론하고 중년기 이후에 철 부족성 빈혈이 나타나면 내시경 검사 등을 해서 그 원인을 밝혀야 한다.
하여튼 빈혈은 어떤 연령층에서도 경한 빈혈이라고 하더라도 그 원인을 밝히고 치료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한 빈혈이 몸에 암이 있어도 생길 수 있고, 이것이 사람을 매우 피로하게 만들고 힘이 없게 하고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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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내과학 석사/박사(소화기내과전문의)
前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
前 서울아산병원 검진센터 소장
現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명의(名醫) 700명이 추천한 국내 최고의 명의(名醫) 선정
대한건강증진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 등 다수 역임